이어령 초대 문화부장관의
힘이라는 시 한편 올립니다.

한주간 하나님의 은혜가 함께 하시기를 기원하면서...


        힘(power)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이어령
무엇이든 힘든 일이 생기면
사람들은 당신 앞에
기도 합니다

돌같이 무거운 짐을
대신 저 달라 하고
쇠처럼 단단한 장벽을
부셔 달라 합니다.

그러나 우리는 압니다.
작은 가시에도 피 흘리는 이마
창끝에 찔리신 옆구리의 아픔
타는 목마름을 견디시다 못해
신포도주를 마셨던 것을

순수한 것은 흰눈처럼 무력하고
참된 것은 어린양처럼 굴종 합니다.

그러나 압니다.
우리가 사랑할 때 하나님의 힘이
얼마나 강한가를 알고
죽음 앞의 순간에 하나님의 힘이
얼마나 무한한지를 압니다.

바다를 가르고 산을 쪼갭니다.
그것은 쓰나미의 힘이 아니라
화산이 폭발하는 힘이 아니라.
가장 부드럽고 섬세한 봄바람 같은 힘
생명을 일으키는 순결의 힘이라는 것을
우리는 압니다.